M003 제 1장

제1장 - 안개 속의 눈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 위로 붉은 달빛이 스며들었다. 에스카른의 남부, 쉐이드린의 영토인 미스트홀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고요를 깨뜨렸다. 늪지 깊은 곳, 이끼로 덮인 돌무더기 사이에서 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형체를 띠기 시작했다. 흐릿한 윤곽이 점점 선명해지며, 긴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녀의 이름은 샤에라였다.

샤에라는 손을 들어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안개로 이루어진 몸이 살짝 흔들리며 투명해졌다가 다시 굳어졌다. "아직 익숙하지 않군," 그녀는 속삭였다. 쉐이드린은 태어날 때부터 실체가 없지만, 마법으로 형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샤에라는 그 힘을 처음 깨운 지 불과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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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지 너머, 하늘을 찌르는 황금 탑이 보였다. 탑 주변을 휘감은 마법 폭풍이 점점 거세지며 번개가 안개를 갈랐다. 샤에라의 눈이 좁아졌다. "저것 때문이야." 그녀는 낮게 중얼거렸다. 폭풍이 강해질수록 늪지의 물은 검게 변했고, 쉐이드린들이 의식 속에서 들었던 고대의 속삭임이 점점 커졌다.

"샤에라."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안개가 뭉쳐 또 다른 쉐이드린이 나타났다. 흐릿한 형체에 눈만이 붉게 빛나는 그는 "长老(장로)" 중 하나인 카이렌이었다.
"너는 왜 여기 있지? 의식에 참석해야 할 때다." 그의 목소리는 물속을 흐르는 듯 낮고 울렸다.
"의식이 무슨 소용이죠?" 샤에라가 날카롭게 대꾸했다. "탑이 폭주하고 있고, 우리 땅은 죽어가는데, 장로들은 속삭임만 듣고 있어요."
카이렌의 눈이 더 밝게 빛났다. "그 속삭임이 우리를 이끌 것이다. 탑은 우리 기원의 열쇠다."
"기원?" 샤에라가 코웃음을 쳤다. "그게 우리를 구원할까요, 아니면 파멸로 몰아넣을까요?"

그 순간, 대지가 흔들렸다. 황금 탑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하늘을 가르며 늪지까지 닿았다. 샤에라는 본능적으로 몸을 안개로 바꿔 충격을 피했다. 빛이 지나간 자리에 검은 균열이 생겼고, 그 안에서 기묘한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삼월의 밤이 다가오고 있어," 카이렌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두려움이 묻어났다. "세 달이 뜨면 저 균열이 대륙을 삼킬 거다."
샤에라는 균열을 바라보았다. 검은 틈 사이로 기어 나온 괴생명체가 늪지로 뛰어들며 물을 튀겼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장로들이 기다리라고 해도, 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카이렌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지만, 샤에라는 이미 안개로 흩어져 바람을 타고 늪지 밖으로 사라졌다. 황금 탑을 향해 떠나는 그녀의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질문이 맴돌았다.
"내가 누구지? 그리고 저 탑은 대체 무엇이야?"

멀리서 두 번째 달, 은빛 달이 떠오르며 하늘을 물들였다. 삼월의 밤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