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dom- wolf 2025. 3. 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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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불의 아이

그는 태어난 순간부터 거부당했다.

그의 존재 자체가 용족들에게는 불경한 것이었다. 순수한 용족들은 인간과 섞이는 것을 금기로 여겼고, 혼혈은 저주받은 존재로 취급되었다. 결국, 그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밤, 갓난아기였던 그는 한 인간 마을의 변방, 버려진 사원 앞에 홀로 놓여 있었다.

우연히 그를 발견한 것은 늙은 용병이자 대장장이였던 발드로크였다.

“이런 꼬맹이가 왜 여기에 있지?”

발드로크는 젖은 담요에 싸인 아기를 내려다보았다. 그 작은 몸은 차가운 비에 젖어 있었고, 붉은 비늘이 듬성듬성 피부를 덮고 있었다. 아기의 작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그의 황금빛 눈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불꽃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발드로크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 아기가 숨을 들이쉬더니— 작은 불꽃이 그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발드로크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지만, 곧 피식 웃었다.

“허, 이거 재밌군. 꼬맹아, 네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살고 싶으면 따라와라.”

그렇게 그는 인간 마을에서 자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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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를 환영하지 않았다.

그가 조금만 흥분하면 입에서 불꽃이 새어 나왔다. 피부에 돋아난 붉은 비늘은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주었고, 어른들은 그를 불길한 존재로 여겼다.

“저 녀석은 마물이야.”

“언젠가 마을을 태워버릴지도 몰라!”

그는 언제나 혼자였다. 마을 아이들은 그를 돌로 쫓아냈고, 장성한 남자들은 거리를 두었으며, 노파들은 그의 앞에서 성호를 그었다. 다만, 그에게 따뜻한 손을 내민 것은 발드로크뿐이었다.

“기억해라, 꼬맹이. 세상은 네가 강해질 때까지 널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발드로크는 그에게 검을 쥐어주었고, 뜨거운 쇠를 두드리는 법을 가르쳤다. 그 속에서 그는 점점 단련되었고, 날카로운 손톱과 비늘도 점점 연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거칠던 비늘이 점차 인간의 피부처럼 부드러워졌다. 마치 그의 몸이 인간으로 변하려는 것처럼.

그러나 그 변화는 그에게 또 다른 저주가 되었다. 비늘이 사라질수록, 그 안에 숨겨진 용족의 힘도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는 인간이 되어가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본질을 잃어가는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도 전에, 마을에는 위기가 찾아왔다.

불꽃을 두려워했던 마을 사람들이, 이제 그의 불꽃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순간이 오고 있었다.


2장: 타오르는 선택

그날 밤, 하늘은 붉게 물들었다.

마을 외곽의 곡식 창고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사람들은 허둥지둥 물을 들이부었지만, 강한 바람이 불을 더욱 거세게 만들었다. 불길은 마을 안으로 번지려 하고 있었다.

“안 돼! 마을이 다 타버리겠어!”

“누군가 도와줘야 해!”

사람들은 허겁지겁 움직였지만, 불길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절망 속에서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 아이였다.

“그 녀석… 불을 다룰 수 있잖아.”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하나둘씩, 사람들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를 두려워했던 사람들, 배척했던 이들이 이제 그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발드로크가 다가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결정해라, 꼬맹이.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온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의 힘은 저주인가, 축복인가?

이제 선택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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