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011 제 9장
제9장 - 바람의 회랑과 잃어버린 날개
샤에라, 라크쉬르, 테린, 리에나는 빛의 전당을 지나 5층으로 올라갔다. 계단 끝에 도달하자, 귀를 찢는 바람이 그들을 맞이했다. 5층, "바람의 회랑"은 탑의 심장이 가까워질수록 더 불안정해진 공간이었다.
통로는 좁고 길게 뻗어 있었지만, 단순한 돌길이 아니었다. 벽은 바람이 새어 나오는 균열로 뒤덮였고, 그 틈에서 회오리바람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바닥의 절반은 단단한 돌이었지만, 나머지는 부유하는 돌 플랫폼이 허공에 떠 있었다. 플랫폼은 바람에 흔들리며 서로 충돌했고, 일부는 먼지로 부서져 아래로 추락했다. 천장은 거대한 구멍으로 뚫려 있었고, 그 안으로 탑 꼭대기까지 이어지는 폭풍이 소용돌이쳤다. 멀리 6층으로 가는 계단은 보였지만, 바람이 길을 가로막아 흐릿하게만 보였다. 공기는 차갑고 날카로워 숨을 쉴 때마다 폐를 찔렀다.
"여긴 불꽃도 버티기 힘들겠어," 라크쉬르가 창을 꽉 쥐며 말했다. 그의 불꽃이 바람에 밀려 약해졌다.
샤에라가 손을 뻗어 공기를 느꼈다. "안개로 날 수도 없어… 바람이 너무 거세."
테린이 방패를 들며 말했다. "플랫폼이 무너지고 있어. 흐름을 읽지 않으면 추락해."
그 순간, 바람 속에서 날카로운 비명 같은 소리가 울렸다. 폭풍이 갈라지며 날개 달린 형체가 나타났다. "바람의 사냥꾼 에이로스"였다. 그는 매처럼 날렵한 몸에 폭풍 같은 회색 날개를 펼쳤다. 얼굴은 바람에 깎인 돌처럼 각졌고, 눈은 회오리처럼 소용돌이쳤다. 손에는 바람을 휘감은 쌍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날개엔 갈라진 흉터가 있었고, 한쪽은 깃털이 뜯겨 불균형하게 흔들렸다. "심장을 노리는 자들," 그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갈라졌다. "여기서 너희 날개를 꺾겠다."
그가 단검을 휘두르는 순간, 탑 전체가 흔들렸다. 벽에서 돌이 떨어지고, 플랫폼 하나가 바람에 휩쓸려 부서졌다. 심장의 폭주로 탑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위기가 닥쳤다. 바람 속에서 빛나는 환영이 떠올랐다. 탑의 과거 기억이었다.
샤에라의 눈앞에 늪지가 나타났다. 쉐이드린 장로들이 그녀를 버리고 떠나는 모습이었다. "넌 우리를 구할 수 없어…" 환영이 속삭였다. 라크쉬르 앞엔 피닉시안 부족이 재로 변하며 외쳤다. "왜 우릴 버렸나?" 테린은 수호자 동료들이 칼을 들고 그를 찌르는 장면을 보았다. 리에나는 바다가 검게 물들며 세이렌스가 침몰하는 모습을 마주했다. 바람이 그들의 기억을 뒤틀며 마음을 찢었다.
"이건 뭐야…" 샤에라가 손을 떨며 말했다. "환영이야?"
"탑이 우리를 시험하고 있어," 테린이 이를 악물었다. "심장이 가까워질수록 더 강해져."
에이로스가 날개를 펄럭이며 돌진했다. 단검이 바람을 타고 라크쉬르를 노렸다. 그가 불꽃으로 막았지만, 바람이 불을 삼켰다. "네 불꽃은 무력하다!" 에이로스가 외쳤다. 그는 샤에라를 향해 단검을 던졌고, 그녀는 간신히 피했지만 플랫폼이 흔들리며 균형을 잃었다.
탑이 또 흔들렸다. 벽의 균열에서 "어둠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탑은 무너진다… 심장은 내 것이다…" 플랫폼이 하나 더 떨어졌고, 통로가 점점 좁아졌다. 에이로스가 멈칫했다. 그의 눈에 고통이 스쳤다. "심장이… 날 부른다…"
샤에라가 외쳤다. "에이로스! 너도 심장의 일부야! 왜 우릴 막아?"
그가 그녀를 노려봤다. "난 심장을 지키라고 창조됐다. 하지만 폭주가 시작된 후, 내 날개가 갈라졌어. 심장이 날 버렸다고!" 그의 목소리에 분노와 슬픔이 섞였다.
라크쉬르가 플랫폼 끝에서 일어섰다. "버려졌다고? 나도 불꽃이 꺼질까 두려워.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다 끝장이야!" 그는 불꽃을 뿜으며 에이로스를 덮쳤다. 에이로스가 날개로 막았지만, 바람이 흔들렸다.
리에나가 노래를 시작했다. 바람에 묻히지 않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음조가 폭풍을 약화시키며 에이로스의 날개를 느리게 했다. "우린 포기하지 않아!"
테린이 방패로 샤에라를 지키며 말했다. "에이로스! 심장을 구하면 너도 자유로워질 거야!"
에이로스가 단검을 멈췄다. 바람 속에서 그의 환영이 떠올랐다. 창조될 때의 모습이었다. 심장이 그에게 날개를 주며 속삭였다. "날 지켜라…" 하지만 폭주가 시작되며 날개가 찢어지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난… 버려진 건가?"
샤에라가 다가갔다. "아니야. 심장을 구하면 너도 구원받을 거야. 우리와 함께 싸워!"
탑이 또 흔들리며 플랫폼이 무너졌다. 에이로스가 날개를 펼쳐 그들을 지탱했다. "…증명해라," 그가 말했다. 그는 바람을 일으켜 무너진 플랫폼을 대신해 길을 열었다.
네 사람은 힘을 합쳤다. 리에나의 노래가 바람을 안정시켰고, 테린이 방패로 길을 지켰다. 라크쉬르의 불꽃이 환영을 태웠고, 샤에라가 흐름을 읽어 계단으로 이끌었다. 에이로스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심장은 너희를 기다린다… 날 잊지 마라." 그의 날개가 바람에 흩어지며 6층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탑은 여전히 흔들렸고, 붕괴는 멈추지 않았다. 삼월의 밤이 코앞이었다.